<고수 컨설턴트 vs 하수 컨설턴트>
우연히 하루 동안 최고수 컨설턴트와 아직은 하수로 보이는 컨설턴트와 각각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차이점이 보였는데...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멘토링이나 자문하는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1. 경청과 듣는 척하기
고수는 상대방/고객으로 하여금, '이 사람이 정말 내 얘기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준다.
그게 eye contact이 될 수도 있고, 적절한 바디랭귀지일 수도 있고, 공감하는 표정일 수도 있고, 상대가 한 말을 반복 따라하기일 수도 있고...
하수는 본인 얘기하기 바쁘다.
자기 하고 싶은 얘기(결론)부터 다 한 후, 의견을 물어본다.
상대가 얘기하는 중에도 본인 얘기할 거 생각하느라 바쁜 티가 난다.
2. 더닝 크루거 효과
고수는 본인이 뭘 모르는 지 잘 알기 때문에, 일단 겸손하다. 아는 척을 안한다. 얼핏보면 바보 아닌가 싶다.
하수는 본인이 뭘 모르는 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근자감이 충만하다. 자기가 알고 경험해본 걸 주욱 나열하며,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본인이 경험한 게 세상의 진리라고 믿는다.
3. 코칭과 지적질
고수는 주로 질문을 한다. 상대방 입장으로 빙의해 공감할만한 질문을 한다. 상대방이 먼저 질문하거나 구체적인 자문을 요청해야 조심스레 자기 의견을 제시한다. 특히, 상대방의 pain point를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
하수는 지적할 준비가 늘 되어 있다. 망치 들고 있는 사람에겐 못 박을 곳만 보인다고, 상대방의 어려운 점, 문제점에 대해 지적질하는 걸 대단한 분석력인 걸로 착각한다.
4. Street Smart vs Book Smart
찐고수는 바닥 경험을 확실히 해봤다. 그래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알려주려고 한다. 이론이 중요한 게 아니고, 아직 이론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야로(방법)도 많이 안다.
하수는 일단 이론에 강하다. 특히 해외 이론이나 사례에 빠삭하다. 이런 분들일 수록 학벌이나 커리어가 화려하다. 그런데 계급장 떼고 바닥에서 굴러본 적은 없어 현실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5. Risk alignment
고수는 결국 고객이 모든 위험과 책임을 스스로 진다는 걸 안다. 그래서 함부로 단정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자문이나 조언에 따른 결과도 결국 고객 몫이란 걸 잘 안다. 그래서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진다.
하수는 자기의 이론과 전략이 더 중요하다. 고객이 이렇게 좋은 걸 왜 빨리 실행 안하는 지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기가 리스크 걸고 뭐 하나 해본 적은 없다.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우니 아무말 대잔치가 될 때도 있다.
6. 웃는 여유 vs 화
고수는 여유가 있다. 상대방이 자기 말을 무시해도 그려러니 한다. 공자님이 말한 군자의 조건에 부합한다.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움을 품지 않으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不慍(불온)은 화를 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화 자체가 마음속에 형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수는 상대가 자기 말에 이견을 제시하거나 반박하면, 그 자리에 참지못하고 재반격을 하고 지적질을 하며, 논쟁에서 기를 쓰고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얼굴은 화가 난 표정이 역력하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위에 나열한 하수의 조건에 내 젊은 시절이 딱 부합한다. 내가 그랬다.
지금 돌아 보니, 투자자라는 계급장을 달고 벤처기업 창업자들을 꽤나 괴롭혔던 것같다. 쥐꼬리만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인생을 베팅한 창업자들에게 온갖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다녔던 내 이불킥 과거. 지금이라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죄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