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괜히 일 벌렸나?
지난 달 말에 정지된 페이스북 계정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대신 링크드인에 포스팅 중이긴 한데, 뭔가 올드스쿨(a.k.a. 탑골공원) 갬성이 없고 뭔가 공부 잘하는 애들 모아놓은 국제학교 다니는 느낌이라 아직 큰 정이 가지는 않는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마냥 쉴까 하다가 나도 코치가 아니라 선수로 뛰어보기로 했다. 멘토링 할 때마다 일단 저지르라고 훈계만 하고 정작 나는 미적거리고 있는 프로젝트가 한 두개가 아닌 터. 지난 주 내내 뉴스레터 플랫폼 조사하다가 일단 저질렀다. 그냥 조용히 해도 되긴 하는데, 일단 주변에 널리 알려야 그 부담감에 하는 시늉이라도 할테니. 요즘같은 시대엔 구상하고 계획할 시간에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게 효과적이다. 고객(독자) 반응을 봐가며 계속 수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게 낫다. 썸녀에게 고백 준비한다고 일년 연습해봐야, 어차피 안될 인연은 안된다. 일단 들이대 보고 간을 보는 게 낫지.
개선점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애정어린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2.행복은 결과나 저축이 아니다
토요일 오전에 늘 보는 유튜브 스케치 코미디 채널이 있는데, 오늘 내용이 나름 생각할 거리를 준다. 뭔가 남들보다 뒤쳐질까봐 불안해 하면서, 계속 비교하고 스스로 몰아부치는 젊은 세대. 나도 한 때 그랬으니 할 말은 없지만, 돌아보면 도대체 뭔 영화를 보자고 그랬었나 후회스런 순간이 한 둘이 아니다. 뭔가 되기 위해서 그랬던 것같고, 뭔가 되면 한번에 그 지난 희생을 다 보상받으리라 착각했다. 물론 뭔가 이루려면 상당한 희생이 필요하긴 한데, 그러다 보니 그 과정과 그 지나치는 시간들 속에서 음미할 수 있었던 자잘한 ‘행복감’을 오히려 죄악시 하게 되고, 나중에 큰 행복 한 방을 기대하며 살게 된다. 행복은 결과 한 방도 아니고, 꾸준하게 쌓여서 나중에 찾아가는 적금도 아니다. 매일 매 순간 소소하게 느끼고 지나가고 잊혀지는 휘발성 느낌일 뿐이다. 그러니 한 방을 기다릴 게 아니라, 모든 과정 속 매 순간에서 행복감을 느껴보자. (그런 차원에서, 간헐적 단식이고 뭐고 주말에 라면 한 그릇 뚝딱 ㅋㅋ)
3.상사에게 보고하면서 상사가 되는 연습하기
30세 전후 직원들과 얘기하다 보면 갑자기 오빠, 삼촌으로 빙의가 되어 자연스레 조언 (a.k.a. 꼰대 잔소리)을 곁들이게 된다. 무슨 일을 시킨 게 있는데, 중간 중간 어떻게 해야 하나 자문을 구한다. 그래서 내 의견을 말해주면서, 더불어 직장생활하면서 ‘의사 결정권자’로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 지시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업하면서 모든 의사결정 사항을 일일이 상사에게 확인받으며 일하면, 평생 일반 사원 못벗어난다. 스스로 의사결정권자가 된것 마냥 상상을 하며, 역지사지 입장이 되어 대화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현재 이러 저러한 팩트가 발생했는데, 당초 얘기와 다르다. 그래서 제 생각엔 이러 이러한 방향으로 수정을 하고, 차후에 협의해서 최종 결정하는 게 좋다고 본다. 그러니 그렇게 할까요?’라고 Yes or No로 쉽게 답할 수있는 질문을 해야지, 시시콜콜히 다 결정해 달라고 해봐라. 며칠 후에 챗지피티가 당신 자리 차지하고 있을 거다. 위로 올라갈 수록 본업이 ‘의사 결정’하는 게 된다. 그러니 주니어 때부터 평소에 ‘의사 결정’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점심에 짜장이냐 짬뽕이냐 결정하는 것부터 빨리 연습해 봐라. (부장님이 시키는 거 따라 시키는 게 제일 안전하기는 하다. ^^)
4.하기 어려운 얘기일 수록 직접 마주보며 해라
투자하고 동업하고 사업하는 게 맨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유심히 보게 된다. 카톡 선호, 일단 전화 통화, 줌콜 애정자, 이메일로 보내세요, 닥치고 직접 만납시다 등등. 그러면서 보이는 공통점 중 하나는, 뭔가 말하기 어렵고, 난처하고, 쑥스럽고, 가오 상할 때는 가장 최소한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택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 어제까지 어깨동무하고 술마시며 호형호제를 했어도, 오늘 뭔가 일이 틀어졌으면 전화를 피하고 만나는 건 더더욱 피한다. 겨우 카톡으로 몇 마디 메시지 보내고 잠수타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보통 사람의 바탐라인은 좋을 땐 안보이고, 어려울 때 보이는 법. 세상사 돌고 돌다가 언제 어디서 만날 지 모르는데, 하기 어려운 얘기일 수록 직접 만나던 지, 통화를 하며 진정성을 보이는 게 좋다. 투자를 하거나 동업을 하게 되면, 좋은 날 보다 힘든 날을 더 많이 볼텐데, 그러면 좋은 날만 대화 할 건가?
5.사람 본성은 돈을 앞에 두고 나온다
한국인은 돈과 성에 대한 이중성이 큰 편이다. 돈에 대해 얘기하면 격이 떨어지는 듯한 태도로, 처음엔 다들 세상 거룩한 사람 행세를 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가 염려되서 그렇다, 전세계 환경문제 어쩌고, 공평한 세상 만들어야 한다 등등… 그러다가 지분 문제나 수수료 문제가 나오면 돌변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그렇다고 얘길 하던 지, 앞에선 최영 장군이 황금 보듯 근엄한 척은 다하더니, 돈 벌 기회가 보이는 듯하니 제일 먼저 숟가락 들고 와서 입 벌리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자신의 모습을 남들은 모른다고 믿고 있는 눈치다. 그게 더 놀랍다. 그러니 사업하는 사이로 만난 거면, 우아한 인생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돈 얘기부터 까놓고 하는 걸 추천한다. 나도 지난 20여년 간 해외에서 하도 공짜 요청을 많이 받은 터라, 몇 년 전부턴 전략을 바꾸서 일단 유료 계약서부터 보낸다. 90% 이상은 답이 없다. 좋은 필터링 방법이다.
6.한국 제조업의 암울한 미래
어제 만난 젊은 한국 제조업 창업자 얘기. 한국에서 제조업하기 너무 어렵다고 한다. 특히 VC 쪽에선 일반 제조 쪽은 무시하는 경향이 크다고. 그런데 진짜 어렵나? 막상 어렵다고 하는 제조업 현장에 가보면, 몇 십년 그 일한 양반들이 죽는 소리만 주로 하지, 스스로 원가 절감 등에 대해 줄기찬 노력을 하지 않는 것같다고. 공장 부지 땅값 올라 자산은 불어났고, 50인 이하로 유지하면 정부 지원금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 그것만 노리는 공장 할배들도 많다고. 그러면 2세들은 뭔가 비장한 각오로 가업을 잇나? 공단마다 2세들 모임이 있다고 한다. 자기들끼리 모여 무슨 사교모임 코스프레 한다고. 외부 강사 모셔다가 강의 듣는 것까지는 좋은데, 원가 절감 고민은 안하는 듯. 어느 40여년 경력의 제조업체 오너는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 동남아를 한국 보다 더 뒤지고 다닌다고. 거의 모든 제조설비와 소모품까지 일일이 직접 소싱을 하며 중간 유통을 없앴더니, 1천원짜리 제품 팔면서도 순익율이 15%란다. 과거 일본 엔화 강세 때 일본 제조업이 다 망했나? 죽기 아니면 살기로 원가 절감해서 지금도 엄청난 제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 자체가 암울한건가, 아니면 제조업 오너들을 보니 암울해지는 건가?
7.참신한 기획과 될 때까지 두드리기
어제 아는 분이 보내준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유명 채널은 아니었을테고, 이런 저런 시도를 꾸준히 하면서 그 중에 하나가 터져서 흥하게 되니, 그 효과로 콘텐츠가 더 좋아지고, 그래서 더 흥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간 셈이다. 이 선순환의 바퀴는 처음엔 꿈쩍도 안한다. 그래서 보통 일정 기간 하다가 제풀에 지쳐 포기하기 마련인데, 계속 밀다보면 살짝 움직이는 틈이 보일 때가 있다. 이때 죽어라 밀어붙이면 이때부터 선순환의 바퀴가 구르기 시작한다. 한참 구르는 바퀴도 설 때가 오는 법, 그러니 틈틈히 계속 다른 바퀴들도 밀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힘든 일을 하냐고? 그러니까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 비율이 10%도 안되는 법. 그러니 어찌보면 오히려 성공하기 쉬운 세상일 수도 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